“내 조상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신 분인지 아는 건 바로 나를 아는 것입니다. 새해엔 우리 모두 조상을 바로 알고 존경하는 뜻 깊은 해가 되길 바랍니다.”
가계의 뿌리를 찾아주며 국내 유일의 족보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1988년 10월3일 사재를 털어 부천에 ‘족보도서관’을 개관한 김원준(56·사진) 관장이 그 주인공.
“옛 문헌이 시골 부엌이나 뒷간 등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시작했습니다.”
김씨는 그동안 고서점이나 헌책방 등에서 꾸준히 자료를 모아 현재 소장한 족보는 3만여권으로 국립도서관에 이어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미래가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을 바로 알고 바르게 나아가도록 하는 게 족보도서관을 만든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족보도서관에는 조선 성종 8년(1476)에 만들어진 안동 권(權)씨의 성화보(成化譜)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족보도 수두룩하다. 이곳이 부천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전국 120여 성씨의 족보를 본관별로 전시하고, 50여 문중은 시간보(문중에서 처음 발간한 족보)부터 현재 발간한 족보를 소장하고 있기 때문. 이런 연유로 자식과 손자들에게 가문의 혈통을 알려주려는 노인, 가계(家系) 연구 활동을 하는 교수와 학생 등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전쟁 때 피란 도중 잃어버리거나 갑작스러운 화재와 물난리로 분실한 족보를 찾으려는 사람 등 도서관 개관 이후 김씨가 잃어버린 자료를 되찾아준 사람만도 수천명에 달한다. 그는 2003년 홈페이지(jokbo.re.kr)를 개설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족보 강좌와 족보 연구 활동도 하고 있다.
하지만 개원 초 1000여권에 불과하던 족보가 3만권으로 늘어나면서 60평 규모의 도서관이 이제 턱없이 비좁은 실정이다. 그는 “지방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데 장소가 협소해 어려움이 많다”면서 “시에서 장소를 제공하여 명실상부한 전문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일요일·법정공휴일 제외) 개관하며 열람은 무료이다. 잃어버린 족보를 되찾으려면 호적등본, 제적등본 등 관련 서류와 선영, 시묘 등 자신의 뿌리를 유추할 수 있는 기억이나 증언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족보가 상업적 이용이 아닌 순수 학문으로 발전해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자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