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성씨(姓氏)제도에 '본(本)' 개념이 없기 때문에 통일 이후 본이 없는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상의 해당란을 공란으로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법정책연구원(원장 호문혁)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 북한법연구회(회장 신영호)와 함께 5일 서울 양재동 법원청사 융선당에서 '통일과 우리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북한 관련 기존 연구를 조망하고 통일에 대비한 사법제도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통일 이후 신분등록제도 통합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은정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남한에서는 계친자관계가 인척이고 법정친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계친자 간에는 상속권이 없지만, 북한에서 계친자관계는 법정친자관계로서 계친자관계가 성립된 이후에는 친부 또는 친모와의 관계가 단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 이후 가족제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통합 이전 북한의 계친자관계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도 재혼가족이 증가하면서 계친자관계에 일정한 법적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은 성씨 제도에서 본 개념이 없다"며 "동성동본 금혼규정이 삭제되는 등 가족관계에서 본을 굳이 공시할 필요성이 사라졌으므로 △가족관계등록부에서 본을 삭제하거나 △종중재산 등에 대한 분쟁 시 가족관계확인을 위해 본을 그대로 유지하되 본이 없는 북한 주민의 경우에는 해당란을 공란으로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한명섭(53·사법연수원 22기) 통인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북한 관련 소송의 현황과 전망'을, 오세용(41·32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통일 이후 북한지역 토지등기제도'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또 신영호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좌장을 맡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법적 지원'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와 윤동주 우리들학교 교장, 이희숙(37·37기)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이혜련 통일부 정책지원과 사무관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